나는 왼쪽과 오른쪽을 잘 구별하지 못한다.





 어릴 적의 나는 항상 방향 때문에 혼났다. 오른쪽이 먼저라고, 왼쪽이 먼저라고. 헷갈려 죽겠네, 그냥 어느 쪽 손발이든 잘 하면 되잖아. 까탈스럽네. 같은 생각을 해 온 왼손잡이 사람들도 세상 어딘가엔 있을 것이다. 물론 이게 "나쁜 일"은 아닐 거야, 그렇지? 그다지 무언가를 강하게 반박하고 싶은 심정은 없다. 단순히 정좌에도 순서가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심지어 지금까지 내가 자연스럽게 앉았던 게 사실은 할복용 정좌라는 걸 알아서 억울할 뿐이었다. 방향을 틀리는 건, 그렇게까지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었던가?

 특별히 어딘가 문제가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냥 무언가를 잘 구분하지 못할 뿐이었다, 안쓰럽게도. 언젠가는 오다, 가다조차도 구별하지 못해 단순한 인사 하나로 본의 아니게 어른들을 웃겨 버리기도 했다. 그냥 나라는 사람이 그런 것이라고. 그렇게 받아들여 주길 바랐다.

 글은 오른손으로 쓰고, 밥은 오른손으로 먹는다. 칫솔을 잡는 손은 왼손이고, 가위를 쥐는 손도 왼손이다. 먼저 나가는 손은 왼손이고, 먼저 나가는 발은 오른발이다. 하지만 하의를 입을 때 먼저 넣는 발은 왼발이다. 말 그대로 엉망진창이지. 언제였던가, 왜 오른손용 가위를 왼손으로 쥐냐고 엄마가 물었던 적이 있다. 당연히 내가 알 턱이 없다. 그냥 이게 더 편한데? 라고 대답했던 것 같다. 왼손용 가위를 왼손으로 쥐는 건 어째 잘 상상이 가지 않는다.

 무언가를 잘 구별하지 못한다, 비단 방향이나 말 뿐만은 아니었다. 정말이지 평등하게도, 나는 사람도 잘 알아보지 못한다. 이름과 얼굴, 목소리. 특징. 확연히 다르거나 오래 본 사람이 아니라면 머릿속에서 정보를 조합하는 데에 시간을 잡아먹고는 한다. 아냐, 머리 모양새만 바뀌어도 알아보기 어렵다. 당연하지만 상대가 의아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늘 필사적으로 변명을 했다. 이제는 귀찮아서 솔직하게 사과한다. 아니면, 먼저 이쪽을 알아보고 다가오길 기다리거나.

 자기 손발의 방향조차도 헷갈려하는데, 어디 남의 일은 어련하실까. 내게 세계는 너무나도 불친절하고 난잡하며 어지럽고 혼란스럽다. 어차피 모든 것은 온전치도 못하게 흐리멍텅한 각막 너머의 광경에 불과하기에, 응망하지 않는 한 세계는 그저 눈 앞에 총천연색을 어지러이 흩뿌리고 있을 뿐이었기에. 점묘화 전람회의 그 많은 점들 중 딱 하나를 집어내라는 억지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그런 인식이다.
 다만 이렇게 난잡한 세상이기에 비로소 그 혼돈의 일부가 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 불친절한 세계에 조금은 감사해야 하나?

 무언가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 나의 인식은 그렇게 세계와 나를 은연중에 단절시키고 있었다. 이제는 꿈과 현실마저도 조금씩 섞어 오는, 아주 악질적인 장난질이다. 잘 꾸며진 꿈은 너무나도 현실적이었고, 현실은 점점 꿈처럼 어슴푸레해졌다. 다시 곱씹어 봐도 개연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고작 몇 시간짜리 꿈 속이라지만, 그 감각만큼은 깨어나고서도 피부 안쪽까지 선명히 와 닿는 것이다. 불쾌한 감각들과 현실과의 괴리감을 떨쳐내는 데에 시간을 잡아먹는다.

 현실은 그와 반비례해 점점 흐려져만 갔다. 조용한 새벽, 아무도 없을 큰 거리에 홀로 서서 어디로 갈지 고민하고 있으면 이런 위험한 시간에, 수상한 사내가 다가와 말을 걸지만, 말은 뇌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음소 단위로 분해되어 전혀 와닿지 않는다. 자신을 봐 주지 않는다고 생각한 사내가 위협을 가함에도, 위기감을 거의 느끼지 못한 채 휴대전화의 110 다이얼을 누른다.
 꿈 이야기가 아니다. 언젠가의, 이미 지나갔지만 엄연히 현실의 파편이다.

 정신을 차리는 게 이렇게까지 시간을 소모하는 일이었던가? 이 참에 그런 건 아무래도 좋겠지. 다른 건 차치하더라도, 인식의 경계선이 사라지면 끝장이다. 나는 늘, 나의 인식을 의심하고 경계할 수밖에 없다. 아무도 알아주지 못하는, 알아줄 필요도 없는 공포가 짓누른다. 거기에 저항한다. 그뿐인 삶이다.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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