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취미는 무덤에 말 걸기다.

이른 아침, 커다란 꽃다발을 들고 전철을 탄다. 굉장히 눈에 띄는 차림이지만 이렇게 이른 시간은 되려 사람이 없기 마련이다. 전철로 한 시간 거리의 묘원을 이제는 익숙한 발걸음으로 찾아간다.

이 근처는 산 사람보다는 죽은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 가는 길을 둘러보면, 묘지 매매, 묘비 제작, 꽃과 향이 세트로 얼마, 라고 적힌 가게들이 끝없이 줄지어 있다. 심지어 부동산조차도. 거의 죽은 사람들을 위한 동네인 것이다. 아쉽게도 나는 살아있기 때문에 해당 사항이 없었다. 어디선가 불어온 차가운 공기가 코 끝을 찔렀다. 그래, 나는 살아 있다.

항상 어느 정도 헤매고서야 그의 무덤을 찾아낼 수 있었다. 매년 똑같이 헤맨다. 조금 지저분한 돌바닥에 가방을 내려놓았다.


1년 만이네요.



그에게 말을 걸었다.

이미 시들고 마른 꽃을 꺼내어 정리하고, 새 꽃다발을 꽂았다. 그가 외롭지 않게끔. 나 같은 사람이라도 언제나 당신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것을…… 이미 죽은 사람에게 알아 주기를 바라고 있진 않을 것이다, 자기 만족일 뿐이지. 그렇더라도 나는 뿌듯하다. 그럼 됐지. 주변의 먼지나 흙을 잘 닦아내고는, 방금까지 지저분했던 돌바닥에 걸터앉았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본다.



오늘도 비가 오려나, 어째 매년 이 날은 비가 오는 것 같아요. 아닌가? 내가 올 때만 그런가요? 나 우산 안 가져왔는데……. 그래도 나같은 사람 잘 없겠죠? 누가 유족도 아닌데 아침 일찍 혼자 와가지고 이렇게까지 해. 엄마가 그러더라구요, 유족이어도 안 그런다고. 근데 어떡해요, 그냥 두기는 싫은 걸. 기왕 사람 온 김에 청소 좀 하고 그런 거지. 온 김에 이렇게 말도 걸고?

누가 봐도 이상하다 생각할 거예요, 무덤에 말 거는 사람. 당신도 좀 이상하게 생각할 지도 모르죠. 그런데 있잖아요, 저는…… 무덤에 대고 이야기할 때가 제일 마음이 놓여요.



대답이 돌아올 리가 없다. 설령 대답이 돌아온다 해도 나는 들을 수 없다. 영혼이라는 게 보이는 사람이 있고 보이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완전히 후자니까. 누구에게나 하나쯤은 있을 법한 흔한 귀신 이야기도, 그 흔한 가위눌림조차 내게는 없었다. 실체도 증거도 없으니 무섭지도 않았다. 그래서 되레 친근하게 느껴졌을 지도 모르겠다. 그들도 언젠가는 살아 있었을 테니까.



난 당신이 더 이상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나는 항상 외롭거든요. ……작년에도 이 말 했던 것 같은데? 아…… 아하하, 이건 올해도 똑같아요. 조금 부끄럽네. 음…… 너무 긴 시간을 혼자 보냈어요.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얼마 살지도 않은 나한테는 충분히 길어요, 거의 절반이니까. 그러니까 딱히 이 뒤로 쭉 혼자더라도 별다를 건 없을 것 같아요.

살아있는 사람은 무서워요. 함께할 때 외롭지는 않겠지만…… 이렇게 편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무섭고 피곤해요. 똑같이 무섭고 피곤할 거면 죽은 사람과 함께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몰라요. 그래서 나는 늘 죽고 싶었는데…….



마치 상대가 듣고 있는 양, 살짝 뜸을 들였다. 생각나는 대로 말을 토해냈다, 아무도 알지 못하길 바랐던 안쪽의 안쪽의 안쪽에 있는 속마음까지. 잠깐 생각이 멈춘 것도 있었다. 그리고 그걸 말로 꺼내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렸다.



……내가 죽으면 이렇게 누군가의 무덤에 말 거는 이상한 사람은 없어지잖아요. 당신 무덤을 누가 나만큼 꼼꼼하게 청소하겠어요, 것도 1년에 한 번씩. 그래서 아, 적어도 숨은 쉬고 있어야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는 개같은 세상이더라도…… 그렇게 있다 보면 하나 둘쯤 좋은 일은 있었어요.

이번 봄에는 해외로 여행을 다녀왔어요, 당연히 혼자서요. 그런데 어쩌다가 말도 통하지도 않는 숙소 주인네 아이랑 친해져서 한 번은 저녁도 얻어먹고. 웃기지 않아요? 아직도 연락하고 있어요.



이야기는 홀로 꽃을 피웠다.



……연휴에는 그 사람의 성묘를 갔어요. 원래 기일은 그 다음 달인데, 그 사람 기일에는 늘 복작복작 사람이 많으니까 그게 싫어서요. 가서…… 술 좀 빨면서, “젊은 나이에 그렇게 죽으면, 정말 제가 생각하는 것만큼 편할까요? 정말로 지금 후회하는 건 없나요?” 하고 물어봤죠. 당연히 대답은 못 들었어요. 그래도 나는 자살이 완전히 나쁜 거라곤 생각 안 해요. 슬퍼할 사람이 없다면요. 이미 죽은 사람은 카운트 안 세는 거 알죠?



재미있는 농담이라도 한 것처럼 피식 웃었다. 별로 재미있지는 않았지만, 여기에는 그런 걸로 화낼 사람이 없으니까. 아무래도 좋았다.

슬슬 몸이 떨려 왔다. 좀 오래 여기에 있었나 보다. 주섬주섬 가방을 주워들었다. 옷자락을 탈탈 털었다.



저 이제 가 볼게요, 춥거든요. 제가 살아 있으면, 내년에도 또 올게요. 제가 죽는 게 싫으면 뭐…… 지켜봐 줘도 상관없고요. 내가 살아 있어도 죽어 있어도, 당신은 외롭지 않을 것 같네요. 그거 하나는 좋네요, 안 그래요? 아님 말고.

잘 있어요.



말을 실은 목소리는 순식간에 바람에 묻혀 사라진다. 그렇게 마지막 말을 떠나보내고, 더 이상 입을 열 필요는 없어졌다.

어차피 나는 살아 있어야 하니까.

왔던 길을 되돌아 간다. 죽은 사람들의 마을이 멀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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